횡설수설

비오는 어느 날 오후

일릉 2016. 7. 4. 19:24


오랫만에 비오는 7월 초 어느날 혼자 집에서 둥굴 둥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따분하여 우산을 들고 산책 길을 나섯다.

원래 새벽에 산책을 하고 아침 운동을 한 다음 밭가꾸기를 취미생활로 하고 있는 나는 점심을 싸가지고 밭에가 이일 저일 하다 점심 한술 먹으면 목욕탕을 거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내생활의 전부이다.

지난 해까지는 잘 하지도 못하는 골프를 하겠다고 스윙 연습이라고 두어시간 까먹고 주에 한 번씩 필드를 나간다고 설치다 보니 농부도 아니요 그렇다고 골프를 썩 잘치는 것도 않이었다.

더구나 척추 수술 후 허리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니 골프공 비거리가 수술전보다 줄었으니 필드에 나가면 응근이 스트레스라 지난 12월부터 겉어 치우고 밭가꾸기를 취미생활로 정하였다. 그리고 금년부터는 철저하게 직장에 나갈 때와 같이 아침 식사가 끝나면 밭으로 가는 것을 지난 3월부터 지켜왔다.

친구들이 무어라 해도 밭에 가서 풀을 매고 씨앗을 드리고 거름을 주고 밭을 일구는 재미는 본인만이 아는 행복일 것이다.

몸은 조금 고단하고 땀을 비오듯 흐르지만 머리 속의 행복감은 나만이 알 수 있는 행복이 않인가?

봄에 들인 완두콩, 강낭콩과 감자를 수확하고 지난 가을에 심은 마늘과 양파도 가득가득 수확해 놓는 행복감 ---


이쁜 양파가 가득, 마늘, 쪽파씨 등(딸들도 주고 남는 것은 수입도 올려야지?)


이거 감자 맞아?, 감자 네개가 식탁 의자를 다 차지하네?


내 농장에 가꾸고 있는 농산물 가지 수는 인간의 몸에 좋다고 TV만 나오면 이를 본 마눌님의 성화도 있겠지만 새로운 작물을 가꾼다는 즐거움에 이것저것 하다보니 30여 가지가 넘는다. 허긴 제대로 가꾸는 것은 하나도 없지만 솔솔한 재미는 직장에 다닐 때보다 훨씬 즐거운 것은 속일 수가 없다.

일을 잘못한다고 남의 눈치 볼일도 없고 힘들면 쉬고 배고프면 오이나무에서 오이 따 먹고, 도마도나무에서 도마도 또는 블루벨리 나무에서 블루벨리 한주먹 따먹으면 배 골을 일 절대 없으니 얼마나 행복하랴? 그뿐인가 술 한잔 생각나면 풋고추에 소주 한 잔 정말로 일품이지----

금년은 지난 2월에 밭에다 복토를 하고 밭도 1,000평이 넘게 확장을 하여 일이 좀 많아졎다.

늙은이가 할 일이 없으니 새땅이면 퇴비를 듬북 넣고 트랙터로 한 번 갈아야 하는데 가진 것은 시간뿐인 백수다 보니 3월부터 삽 한자루와 괭이 한자루로 골을 치고 둑을 만들어 완두콩을 시작으로 강낭콩, 감자, 옥수수, 땅콩, 수수, 도라지, 더덕, 참깨, 천년초, 우슬, 아마란스 ---- 등등 일일이 다 열거도 할 수 없으니

그러다 보니 봄부터 여름이 올 때까지 쉰 날 이라고는 고작 닷새도 아니되는 것 같다. 

가만이 손꼽아 세어보니 처조카 결혼식에 주례 봐주려 하루 쉬고, 마눌님과 지리산 피아골 산행을 하기위해 하루 쉬고, 근 40여년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한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두 번 나들이 한 것과 친구들과 곡성 장미축제 관광 하루 뿐이고 매일 밭에가 산 것 같다.

아니 조합원 대학에서 강화도 나들이 간 하루도 있네!

이제 퇴직 한 지도 만 6년 백수 놀이도 제법 재미를 부치는 세월이 된 것 같다.

아침에 만보를 걷고 공원에 있는 헬스를 30여분 하는데 오늘은 비가 오니 걷기만 하고 헬스를 못하였다. 거기다 비가오니 몸이 근실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비를 맞고 어제 하다 못다한 들깨모와 도라지 이식이나 하루 가까 하다 오전만 하는 밭 가꾸기를 어제는 비를 맞으며 오후까지 들깨모 이식을 하다보니 몸에 조금 무리가 있는 것 같아 오늘은 비오는 날이니 비오는 날은 공티는 날 이라는 노래처럼 오랫만에 하루 쉬기로 하였다

그러나 오전에 쉬고 있는데 매일 나다니던 사람이 집에 있으려니 지루하기가 그지없다.

TV를 본다한들 눈만 아프고 누워 있자니 그것도 1, 20분이지---

결국 점심을 먹고 커다란 우산을 받고 청성맞게 한들한들 산책을 나섯 것이다.

도심을 조금 벗어나니 청성은 맞지만 한가롭기 그지없다. 풍경도 그럴듯 하고----


이 생각 저 생각 머리 속을 돌여도 보고 지난날 추억도 더듬어 보면서 젊은 날 먹고 살겠다고 10대 후반에 집을 떠나 70이 되도록 객지 생활로 살다 보니 부모형제의 정도 많이 멀어졎고 인간의 정도 어지간이 얄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산 끝에 맺혀 떨어지는 낙수물을 바라보며 한가롭게 거니는 이 모습이 이풍상 저풍상 다 격은 70대 늙은이라 무엇을 바랄 것도 없고 욕심도 없어졎으니 구름과 빗속에 가려진 세상 풍경이 내 머리 속이려나----

무심코 천안아산 KTX 역을 지나다 보니 웃음이 절로 나온다.



천안역이면 천안역 아니면 아산역이지 왼 천안아산역이냐고?

유언비어인지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역 부지를 설정할 때 원래 천안지역에 설치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당시 아산에 사는 모모라는 사람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천안역을 천안을 살짝 벗어난 아산땅에 유치하도록 압력을 너었다나?

이유는?

아산땅에 천안역이 왠말이냐며 고래고래 소리 지르다 결국 천안아산역이라 하고 이도 부족하여 가로를 치고 가로 속에 온양온천을 표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낫다나----

그로인해 천안과 아산이 이웃 이것만 아산 땅에 천안택시가 설친다고 택시없자끼리 다툼이 있었다는데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별별 생각을 다하며 역을 통과하면서 정치하는 사람들의 쑈-맨쉽에 놀아나는 일반 시민을 생각하니 입맛이 씁씁하다.

허긴 국책사업 하나 하려면 대가리 터져라 싸우는 직역민들이 안타까웁지만 그를 부추기는 정치한다는 샌님들이 불쌍해 보인다.

그래도 시민을 위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소리소리 외치면서 시민이나 국민이 내는 세금을 자기네 품돈으로 생각하는 넋나간 지도자라는 샌님들 언제쯤 속을 차리려나 생각하면서 한들한들 걸은 걸음이 만여보라 새벽길과 합치니 오늘은 이만보를 걸었으니 내 몸이 그만큼 튼튼해 졎으리라----

이렇게 살다보면 천세 천세 천천세는 너무 짧아 만세 만세 만만세는 살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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