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Adieu - 2017년아! 이제는 하나의 추억 속으로

일릉 2017. 12. 31. 20:12


뜨는 해


지는 해

   지난해가 현직에서 물러난 후 가장 보람된 한 해가 되었나 생각했는데 올해는 새로운 세계에 완전이 적응한 1년이 되지 않았나 싶다. 금년도 지난해와 크게 다른 생활을 한 것은 없는 한 해가 되었다. 다르다면 이제는 제법 내 노년의 생활에 익숙해 졎다는 것일 것이다. 
  

  올해 일 년을 되돌아보니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나의 삶 이야기」라는 자서전을 저술한 것이 가장 보람된 일이 아닌가 쉽다. 청소년 시절 시골 농촌의 가난한 가정환경에서 기 한 번 피지 못하고 어렵게 학교생활을 맡치고 사회에 나와 다른 직장동료들보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은 결과 노년에는 별로 어려움 없이 사는 내 인생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한 것이다. 비록 남들같이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사람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번 재벌가는 못되었지만, 혹시나 자녀들한테 하나의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에 나의 학창시절과 교직에서 생활했던 모습을 가식이 없이 사실 그대로 258쪽으로 정리하여 발간하였다.
  그리고 올해 1년의 생활을 정리해 보니 여름에 무더위와 싸워가며 자서전을 발간한 외에 지난해와 같이 ‘1일 만 보 이상 걷기 운동’과 나의 취미 생활인 ‘밭 가꾸기’ 그리고 여가를 활용한 ‘여행 및 산행’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1일 만 보 이상 걷기'는 4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며 지난해 가을 큰딸과 같이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다녀온 후 걷는 데 더욱 자신이 생겨 올해는 1년 동안 500만 보 이상을 걷자고 마음을 굳히고 실천했는데 내 만보기에 찍힌 숫자가 총 6,101,991 보로 나와 있다.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보니 제일 적게 걸은 날은 장맛비로 인하여 7월 9일 1,017보를 걸은 것으로 나와 있고 제일 많이 걸은 날은 7월 15일 지리산 성삼재에서 백무동을 종주한 걸음 숫자가 59,923보로 나와 있다. 그리고 1일 만 보 이상을 채우지 못한 날이 그리 열심히 걸었는데도 17일이나 되었으며 2만 보 이상 걸은 날도 101 일이나 되었다. 이를 월별로 정리해 보니 총 6,101,991 보를 걸었으니 365일로 나눠 보면 1일 평균 16,718 보로 나타났다.


                                                                                                                   2017년 총 걸음 수 : 6,101,991 보


1

2

3

4

5

6

7

8

9

10

11

12

걸음 수

469,312

493,329

492,798

492,321

548,164

504,743

430,059

487,386

488,700

488,275

464,056

742,848

누계

469,312

962,641

1,455,439

1,947,760

2,495,924

3,000,667

3,430,729

3,918,112

4,406,812

4,895,087

5,359,143

6,101,991

2017년 월별 내 폰의 만보기 숫자


 

  지난 년 말에 내년에는 500만 보를 채울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으며 도전해 보았는데 걷다 보니 재미가 붙어 600만 보를 채워 보자는 욕심이 생기었다. 나이를 생각하여 무리하지 말자고 마음을 정리하면서도 년말에 가능성이 보이자 조금 무리수를 던지며 12월은 겨울철이라 특별히 할 일도 없고 올 해 걸음 수를 600만보 이상을 채울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나타나자 12월 셋째주와 넷째주는 155,645 보와 158,884 보나 걸은 고집도 부려 600만 보를 기여히 넘기고 말았다. 내년에는 년초부터 잘 조정하여 600만 보를 어렵지 않게 걸어보자고 생각해 본다. 올 해에도 이와 같은 숫자를 채우기 위하여 해외에 여행을 하면서도 낯선 거리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남보다 먼저 일어나 숙소 주변을 맴돌면서 실천했으나 심하게 쏟아지는 장맛비나 눈이 오는 날은 어쩔 수 없어 만 보를 채우지 못한 날이 자그만치 17일이나 나타난 모양이다. 앞으로 남은 인생 다른 것은 다 양보를 해도 하루에 만 보 이상 걷는 것은 절대로 양보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더 다짐해 본다. 


 

나의 취미는 ‘밭 가꾸기’라고 자랑을 시작한 것이 이 년이 다 된 것 같다. 골프를 치다 완전히 멈춘 것이 2년이 거의 다 되었다. 퇴직한 친구들을 만나면 그들은 꼭 무엇을 하느냐고 묻는다. 그때 내가 하는 대답이 ‘field(밭)에 나가 놀아’라고 능청스럽게 대답하곤 한다.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이제는 어색한 기분도 사라 젖다. 분명 내 명함에도 농장 대표로 농업 경영인 이라고 박혀 있고 또 농업경영인 등록 체에 등록도 되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사람들이 나보고 무엇을 하냐고 물어 와 “나 농사져”라고 대답하면 대부분이 “그걸 어떻게 해”라고 의아해 한다. 그 사람들 눈에는 농부가 따로 있는 모양이다. 아마 중·고등학교에서 교장깨나 한 사람이 농사일을 할 수 있냐? 는 모양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자랑 겸 생색을 내기 위하여 field(밭)에 나간다고 대답을 하기로 했다. 집 식구는 그냥 ‘취미 생활을 해’라고 대답을 하라는데 그리 대답하면 ‘무슨 취미 생활’ 하고 되물어 오니 field에 나간다고 하면 대부분 사람은 골프를 치러 다니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내 대답이 편한 것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밭이 900여 평이나 더 늘어나 내가 관리하는 농장이 나무를 심어놓은 것을 제하고도 농작물을 재배하는 면적만도 1,500평이 넘게 되었다. 마누라가 관리기 하나 사주겠지 하면서 시작한 농작물 재배인데 고집 센 마누라는 ‘지가  하면 얼마나 하겠어,’ 라면서 끝까지 관리기를 사주지 않아 내 취미 생활로 새벽에 일어나면 만 보 걷기를 실천하고 아침을 먹고 나면 도시락 하나를 싸서 field(밭)로 나간다. 밭에서 너덧 시간 일을 하고 목욕탕으로 가 목욕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3월에서 11월까지 내 하루 생활이다. 그래서 생산한 농산물을 보면, 이른 봄에 심는 완두콩부터 시작하여 11월말 서리태(검정콩)까지 근 20여 종이 넘는 농작물을 재배한다. 이렇게 생산한 농산물은 옆에 사는  두 딸과 사돈들 집에도 보내주고 또 이웃집도 나눠 줘 가면서 먹고 남은 것을 판매한 대금이 올해부터는 제법되었다.


                                                                                                                                            단위: 원

품명

채소류

참깨

고구마

수수쌀

들깨

돈부


흰콩

검정콩


판매대금

49,000

320,000

260,000

80,000

550,000

24,000

270,000

160,000

380,000

2,093,000

 2017년 농산물 판매 대금



   내가 투자한 시간과 남들이 말하는 대로 자동차 기름값이나 되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내가 거름을 넣고 땅을 파 씨앗을 뿌린 농작물이 자라면서 익어가는 모습이 나에게 준 건강과 엔도르핀을 돈으로 계산한다면 얼마가 될지 알 수가 없다. 70이 넘은 늙은이가 친구들과 음식점에 어울려 횡설수설하면서 노는 것 보다 대자연과 어우러져 살면서 내가 해 먹는 모든 음식의 재료를 내가 직접 생산한 곡식이나 채소로 해 먹으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농사 짖는 방법도 당연히 친환경 농법이 아닌가? 그러나 너무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하다 보니 판매하는 데 문제가 있어 내년에는 우리 가정에서 먹을 농작물만 생산량을 조절하여 생산하고 나머지 농작물은 수입이 많은 작물 중심으로 2~3 가지만 재배해 보자고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마지막으로 올해에 내가 보낸 여가를 다시 가족여행과 산행, 그리고 국내·외 여행으로 구분할 수가 있을 것 같다.  가족여행은 우리 세 식구가 2월에 부안 채석강을 필두로 3월에는 세 번째 도전하여 선유도까지 다녀왔으며 5월에 둘째 딸 가족들의 초대로 대둔산 숲속 리조트에서 캠핑도 했다. 7월은 덕유산 자연 휴양림에서 2박 3일 휴식을 취하였다. 그리고 8월 중순쯤 둘째와 셋째네 가족과 같이 칠갑산 휴양랜드에 가서 2박 3일 피서를 하면서 어린 외손자 녀석들의 재롱 속에 칠갑산 산책과 대천 해수욕장을 구경한 후 대천 항에서 싱싱한 생선회를 사다가 즐거운 술 파티도 했다. 그리고 9월 중순 2박 3일의 일정으로 오서산 자연휴양림에서 1박하고 고창 해리면에 있는 처녀 농부민박에서 숙식을 하면서 영광의 법성포에 있는 백제불교문화 최초도래지를 거쳐 불갑사 상상화 꽃 축제장을 찾아가 상상화 꽃에 눈이 짓무르도록 관광을 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틈이 나면 주말을 이용하여 아들의 스트레스를 풀어 줄 겸 현충사나 독립기념관을 찾곤 했다.


   산행은 1일 만 보를 채우려는 방법의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마음이 울적할 때마다 마음을 다스리기 위하여 가벼운 배낭을 둘러메고 광덕산이나 성거산을 오르는 것이 하나의 낙으로 되어 있다. 내가 죽을 때까지 벗어 날 수 없는 숙명인 내 아들의 1급 중증 장애라는 마음의 덧을 벗어나기 위한 수단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올해의 산행은 마나님과 같이 계룡산을 두 번, 지리산을 한 번 동행했는데 지난해와 같이 아웅다웅 하지 않고 다녀온 것이 지난해와 다른 점 같다.
  올해의 산행 이야기에서 나에게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게 해준 지리산 종주를 빠트릴 수 없다. 나는 지리산을 좋아하여 수시로 이 봉우리 저 봉우리를 찾아다녔지만 산악회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늘 혼자 산행을 하다 보니 종주의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지난해는 혼자 대원사 계곡에서 싸리재를 거쳐 중봉으로 해서 천왕봉을 오르고 금년 6월에는 마나님과 막내 처제 내외와 같이 백무동에서 장터목으로 해서 한신계곡으로 내려왔지만, 속이 차지 않아 7월 14일(금요일) 밤 12시에 혼자 차를 몰고 지리산 성삼재를 찾아간 것이다.


  하늘이 내 마음을 시험 하려는지 차를 몰고 집을 나서서 30분도 채 가기 전에 장대 비가 계속 퍼부었으나 한 번 마음 먹었을 때 가야지 하면서 15일 새벽 3시에 성삼재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분명 음력으로 따져보면 지난주가 보름이었으니 달이 있어야 하는데 하늘이 먹구름으로 덮여 있는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마에 매달린 조그마한 전지 불 하나로 산행을 시작했는데 채 2시간도 가기 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마음에서 다시 되돌아갈까 아니면 가까운 샛길로 내려갈까 수없이 갈등이 왔지만 내 죽기 전에 다시 이곳을 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15시간에 걸쳐 비를 맞으며 32km 산행을 했다. 천왕봉을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성삼재에서 장터목을 거처 백무동으로 내려온 것이다. 막상 내려오고 보니 아직 힘이 남아 있었다. 내년부터는 해가 긴 6월에 이 코스를 몸이 허학할 때까지 도전 해 봐야지라고 또 하나의 늙은이 욕심을 부려 본다. 아마 내 생애 또 하나의 보람된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허리 척추 수술 후 채 4년이 안 되었는데 이 정도 강한 허리를 만들었으면 수술 후 사후 관리는 일단 성공한 모양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또한, 올해에 내가 발견한 성거산 산행 코스가 큰 보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월 어느 날 우연히 성거읍 송남리에 있는 내 농장에서 일하다 가볍게 점심을 먹고 스틱 하나 들고 성거산으로 향했는데 오르고 보니 등산로와 숲이 내 마음에 와 닿았다. 나같이 늙은이들이 혼자 다니기에 딱 좋은 산이었다. 이곳저곳 코스를 알기 위하여 서너 시간은 족히 거닐어 보았다. 그 후 시간이 나면 오르게 된 것이 성거산이요 이 산과 연결된 태조산도 겸하여 탐방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광덕산은 머릿속에 점점 사라지게 되고 성거산과 태조산에서 노년의 산행을 만끽해 보자고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잘 닦여진 성거산의 임도는 매주 토요일마다 우리 아들 운동도 시키기 겸 거니는 우리 가족 산행코스가 되었다. 임도의 길이는 천흥저주지에서 성지순례까지 5,8km로 왕복 12km 정도 되는 만만치 않은 거리로 아들 운동시키기에 아주 좋은 산책로였다.   


  해외여행은 지난해를 마무리로 멈추려 했으나 봄이 되니 몸이 쑤셔 결국 3월에 동유럽을 다녀오게 되었다. 유럽은 서유럽을 다녀온 지는 쾌 오래되었고 2년 전부터 터키와 스페인 및 포르투갈을 다녀왔는데 동유럽도 마져 가보자는 욕심에 혼자서 훌쩍 떠나게 된 것이다. 3년 전부터 패키지에 혼자서 동승하는 습관을 들여 겁 없이 신청한 것이다.  
  이 번 여행코스는 동유럽 6개국으로 폴란드, 항가리, 체코, 오스트리아, 슬로바키아, 독일을 농사일이 시작되기 전인 3월에 노랑풍선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에 혼자 동승하여 다녀왔다. 2년 전부터 겂업히 집을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늙은이들의 여행은 부부간이 가야하는데 가정 사정이 그렇지 못하니 마음이 아프지만 혼자 떠나곤 한 것이다. 허긴 집사람이 나갈 때는 분명 내가 아들을 돌봐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집사람은 아는 사람들과 여행을 떠나는데 나는 아는 사람이 없는 여행을 한다는 점이 다르다. 친구들이 모두 공직에 있었던 사람들이라 수시로 여행을 다녔고 혹시 가더라도 부부간이 여행을 떠나니 같이 가자고 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신기하게도 내 륨메이트가 작년 스페인 여행을 할 때 륨메이트였던 가이드가 다시 우리 가이드가 되어 또 다시 륨메이트가 된 것이다. 그리고 여행단 일행에 대학의 후배라는 분이 누나를 모시고 여행을 와 나의 여행길을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었으며 경상도 밀양에서 온 어느 사장님이 자기 부인과 장모님을 모시고 왔는데 그도 모녀간이 짝이되어 다니니 외토리가 되어 나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되었다. 아마 죽으라는 법이 없다는 말이 이런 때 적용되는 것 같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여행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겨 앞으로는 아메리카 쪽으로 눈을 돌여볼까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살살 자리를 잡고 있으나 한 편으로는 식사할 때 빈자리를 찾아가 식사를 해야 하는 천덕꾸러기 같은 기분이 들어 해외여행은 집어치우고 내년부터는 국내여행으로 눈을 놀여 동해안 해파랑길이나 지리산 둘레길 또는 제주도 올래길로 눈을 돌여 볼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본다.


                                                                                 동유럽 여행 사진 몇 장



동해안 나들이                                                    

 이와 같이 가족여행이나 해외여행 말고도 친구들과 같이 간간히 봄에는 서해안에 있는 보령의 죽도와 여름에는 서산 간월도를 그리고 가을에는 강원도 동해안을 울진에서부터 강릉을 거쳐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두루 살펴보는 행운도 있었으니. 이정도면 칠순 늙은이 노년생활 남들 별로 부러워 할 이유가 없을 것 같다.

   이제 2017년도 떠내 보내고 새로 마지 하는 2018년도 세월이 흘러 간다 아쉬워  하지 말고 늙은이 끼를 맘껏 부려 봐야지.


   잘 가라 2017년아!

   새로운 2018년을 맞이하여 나도 한 살 더 먹고 너를 회상하면서 미련없이 살다가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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