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생활)

또 한 해가 익어간다.

일릉 2019. 7. 17. 17:16


7. 14일 내 고구마 농장 모습


  금년 농사철이 시작 된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나갔다.


  3월 초 완두콩을 시작으로 해서 감자, 강낭콩, 참깨, 땅콩을 비롯해서 각종 채소는 물론 오이, 호박, 토마토, 가지, 고추, 옥수수, 수수 등 각 종 씨앗을 드리고 모종을 심고, 내 주력 작물인 고구마밭을 우거지게 만들고 완두콩과 마늘 및 강낭콩과 감자를 거두어 들이고 들깨 모종을 하고 나니 봄은 언제 간 것인지 알 수도 없고 여름도 어느 덧 무러익어 버렸다. 엇그제가 초복이라는데 초복이란 개념조차도 머리 속에 사라진 지가 오래 된 것 같다. 이것이 속절없는 늙은이 삶인 모양이다.


  금년 봄은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를 짓는 풋내기 농사꾼에게는 잔인할 정도로 비가 오지 않는 봄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제법 농사에 대하여 요령도 생기고 제법 아는 채도 하는데 비가 오지 않으니 별 수가 없다. 감자밭과 마늘 밭에 없는 물을 주고 고구마 순을 살이기 위하여 포기마다 물을 줘가며 심었는데도 농사 일이 생각보다 녹녹지 않다는 깨달음을 준다.


  욕심은 많아 주먹만한 감자를 기대 했는데 작년만 못했고 몇 년만에 양파 농사도 실패하여 남들은 양파가 풍년이라 난리인데 내 양파는 감자 정도밖에 크지 않았다. 다만 마늘은 생각만큼은 크지 않았지만 제법 수확을 거두어 시장 가격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 되었다. 시장 마늘보다 상품이 우수하다 보니 인기가 조아 없어서 팔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집사람은 내년에는 더 많이 심자는 제안을 하기도 한다. 다 부질없는 일인 줄 알지만 늙은이 할 일이 없으니 이렇케라도 움직인다는 것이 행복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이 아니겠는가?


  허긴 식구 세 사람이 먹으면 무엇을 얼마나 먹겠나? 별로 먹지도 않는데도 농사 짖는 재미로 일을 하고는 있으나 이 정도면 만족하련만 내 욕심이 어데까지 인지 남이 재배한 작물보다 더 크고 더 좋은 상품을 요구하고 있으니 나 자신도 알 수가 없다.

   

  지난 주는 금년 농사 씨앗의 마지막 작물로 오기를 부려 700여평의 밭에 1주일을 걸처 들깨모를 하고 나니 더위에 지쳦는지 몸이 고되었는지 음직이기가 싫어 진다. 그래서 오늘 하루 집에서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데 그도 지겹기 그지없다. 더위에 헉헉대며 밀짚모자 속에서 흘러 내리는 땀을 흙 뭇은 소매로 썩썩 문지르며 농장에서 거니는 행복감을 느낄 수 없다.


  몸이 고달퍼도 늙은이가 마지막 세운 내 인생의 덤(옛날보다 수명이 30년이 연장되었다는 의미) 30년을 하루도 거르지 말고 힘이 있는 한 "만 보 이상" 걷겠다고 6년 전에 굳게 다짐하고 지키고 있는 "만 보 걷기"를 위하여 새벽 4시만 되면 어둠을 헤치고 뒷동산을 오른다. 2시간 남짓 군데군데 설치한 운동기구에 매달려 스트레칭을 하고 걷다 보면 늙은이의 걸음이라 천천히 걷는데도 온 몸에 땀으로 흠북 젖는다. 그러고 집에 들어 와, 시원한 물로 샤워하는 맛은 나에게 아직도 젊음이 남아 있다는 쾌감을 느끼며 행복감을 준다.

 

  이런 생활 속에 뭍치다 보니 금년도 어느덧 반이 지나가 버렸다. 분명 어제가 일요일 같았었는데 또 다시 주말이 눈앞에 닦아와 있으니 하루가 언제 가고 한 달이 언제 갔는지 알 수 없이 빠르게 가는 것 같다. 하긴 지금 죽는다고 아쉬워 할 것도 없지만은 아프지 말고 가족이나 남들에게 추한 모습 보이지 말고 살다 가야지 생각하며, 내일은 몸이 고달프다고 하도 내 농장에 나가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가 가꾸는 너클너클한 고구마 넝쿨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바라 봐 주고, 낫선 집에 시집 와서  살아 보겠다고 발버등 치는 들깨모를 위로해 줘야 겠다고 생각해 본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덧없는 내 인생은 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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