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누구를 탓하랴!

일릉 2021. 1. 19. 03:25

누구를 탓하라!

 

어이가 없다. 집에 와서 거울을 보며 마스크를 벗으니 그 안에 마스크가 또 있지 않은가? 분명 약국에서 얼굴을 만져보고 약사에게까지 물어보았는데 보이지 않던 마스크가 내 턱에 걸려 있다니?

이 이야기는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이다. 지난주에 임플란트 한 왼쪽 아랫잇몸이 아파 치과를 갈까 말까 망설이며 하루만 참아보지 하루만 더 기다려보지 하면서 차일피일 미룬 것이 사흘이 지났다.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통증이 가시지를 않고 잇몸이 부었다는 것을 혀로 느낄 수 있어 아침 먹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더 참지 말고 병원을 찾아가야겠다고 마나님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양치질하면서 가그린을 조금 물고 있었더니 가라앉는 것 같아 나잇살이나 먹은 사람이 새벽 운동으로 겨울바람도 쐬었는데 또 나가는 것이 싫어 참아 보자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10시가 조금 지나자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ㅇㅇㅇ 치과인데요. ㅇㅇ 님이세요.”

~, 예 안녕하세요, ㅇㅇ입니다.”

, 아버님 지난번 사모님이 오셔서 아버님 잇몸에 통증이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괜찮으신지 궁금해서요.”

~, 그래요. 지금 지난번 임플란트한 잇몸에 통증이 있는데 예약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데

아버님 임플란트한 잇몸은 염증이 있으면 안 돼요.”

그럼 오늘 가면 될까요.”

오늘 꼭 오세요.” 이렇게 해서 그날 오후에 잇몸치료를 하러 갔다..

나는 가볍게 소독이나 하면은 될 줄 알았는데 간호사가 치석이 조금 끼어 있으니 치석 제거를 하면 어떠냐고 해서 그러라고 하고 치석을 제거한 다음 의사가 내 잇몸을 살펴보더니 상태가 안 좋은지 마취도 하고 치료를 하는데 쾌 많은 식간이 흘러갔다. 그러고 치료가 다 끝나고 하는 말이

임플란트는 이상이 없고 잇몸상태가 안 좋아 이를 빼 놓았으니 불편해도 참으시고 4일 후에 다시 오세요.” 한다.

그래요. 잘 알았습니다.” 하고 오늘 다시 간 것이다.

점심을 일찍 챙겨 먹고 4km 남짓 되는 치과를 걸어가기로 했다. 나는 원래 이 시간은 오후 산책하는 시간이라 치과를 걸어갔다. 걸어갔다 오면 약 12,000보로 내가 오후 걷는 걸음 숫자가 13,000보라 서로 비슷하여 차를 이용하지 않고 걸어 다닌 것이다.

날씨가 아침부터 눈이 내려 혹시 미끄러울까 봐 스틱을 들고 두꺼운 오리털 잠바에 방한모자를 쓰고 간 것이다. 그놈의 코로나-19가 무엇인지 어디 외출 좀 하려면 마스크 쓰는 것이 큰일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치과에서 소독 한 번 하면 가볍게 가라앉을 줄 알았던 잇몸에 통증이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병원에 찾아가도 이는 끼워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잇몸이 상당히 부어 있다며 조금 절개하여 치료한다고 마취를 시키고 쾌나 오랫동안 의사가 치료했다.

이를 치료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잇몸 사이의 신경이 얼마나 예민한지 아무리 참으려고 해도 깜작깜작 놀라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은 다 잘 참는 것 같은데 나만 못 참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창피하기도 했다.

치료가 끝나고 의자에 내려오면서 제일 먼저 한 것은 아래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둔 마스크 쓰는 일이었다. 나잇살이나 먹어서 마스크도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다는 눈치를 먹을까 봐 분명 마스크를 쓰고 옷을 챙긴 다음 처방전을 받아 가지고 나온 것까지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리고 치과에서 나와 작은 도로 하나 건너편에 있는 약국에 가서 장갑과 모자를 벗어놓고 약을 사는데 새벽 운동할 때 사용할 방한 마스크가 떠올랐다.

방한 마스크 하나 주세요.”

마스크는 저 앞 진열대에 있는데요.” 해서 진열대 앞으로 가서 보니 마스크 종류가 너무 많아 어느 것이 따뜻한 방한 마스크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봉지에 싸인 검정 마스크를 하나 선택하는데 남자 약사인지 옆으로 오더니, 방역 마스크를 가르키며

저것을 사용해야 하는데요.” 한다. 나는 집에 방역 마스크는 아이들이 사다 줘서 많이 쌓여 있었다. 그래서 추운 겨울 새벽에 산책할 때 천으로 된 따듯한 마스크를 사용하면 추위도 막고 세탁해서 재사용할 수 있어 사고자 했던 것이다.

새벽 운동할 때 쓰게 방한 마스크를 사려고요.” 하면서

마스크를 한 장 사고 돈을 지불한 다음 모자를 쓰면서 보니 내가 쓰고 있던 마스크가 어디로 갔는지 입에 마스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깜짝 놀라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보니 마스크 쓴 감각이 없었다. 분명 마스크를 벗은 기억은 없다.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를 다 뒤져보고 주변을 살펴봐도 마스크는 보이지 않았다. 머릿속에 치과에서 쓴 것은 기억이 나는 데 없어진 것이다. 나는 당황하며 잠바에 비상으로 넣고 다니는 천으로 된 검정 마스크를 쓰면서 약사에게

혹시 내가 여기 들어올 때 마스크를 쓰지 않았나요.” 하고 물어봤는데 여 약사나 남자 종업원이랑 뻔히 바라보면서 대답이 없다. 그래서 내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왔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자 무안하여

늙으니까 정신이 없어하며 혼자 꿍얼대자 여 약사는 빙긋이 웃었다.

그러고 약국을 나오니 눈이 바람에 휘날리며 내렸다.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눈을 맞으며 열심히 집으로 걸어왔다. 걸어오면서 도대체 마스크가 어떻게 된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분명 쓴 기억은 있는데 벗은 기억은 없다. 그리고 얼굴을 쓰다듬어 보기까지 했는데 어디로 간 것일까?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며 눈 속을 걸었다.

지난봄에 종종 해파랑길을 트레킹하는데 점심을 먹고 나서 마스크를 착용하려면 마스크가 보이지 않아 주변 사람들에게 무안하여 말도 못 하고 비상용으로 가지고 다니는 마스크를 사용한 적이 두 번이나 있어 그다음부터는 마스크를 벗어서 두는 곳을 배낭에 일정한 장소를 정하여 두므로 해결했는데 오늘은 어디서 벗었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어디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잘 두고도 둔 곳을 깜박하여 찾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곤 한 것이다. 분명 이번에도 어디인가 잘 두었을 것 같은데 둘 만한 곳은 다 찾아봐도 찾지를 못했다.

열심히 걸어와 집에 도착하면서 소변이 급하여 모자와 장갑을 벗어 던지고 화장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니 내 얼굴에 겉에 있는 검정 마스크 안에 치과에서 썼던 하얀 마스크가 턱에 걸려 있다. 얼굴에다 마스크를 쓴 체 마스크를 찾고 있었든 것이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 분명 약사한테 내가 들어올 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들어 왔냐고 물어봤는데 왜 그 사람은 웃기만 하고 말해주지 않았을까? 아마 내가 미안해할까 봐 말을 안 했나? 아니면 못 들어서 그랬나? 알 수는 없지만, 마스크 위에다 다시 마스크를 쓰는 장면을 보고 속으로 얼마나 웃었을까? 그래서 빙그레 웃었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출했다 들어온 마나님에게

여보, 늙으면 죽어야 돼.”

, 또 무슨 일이 있어.”

내 정신이 왔다 갔다 하나 봐

무슨 일인데

마스크 위에다 또 마스크를 쓰고 다녀 자나.” 하며 치과 치료 내용과 마스크 소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마취했어 안 했어

했지

마취 때문에 그랬구먼.” 한다. 언 듯 생각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분명 손으로 얼굴을 쓰다듬어 보기까지 한 것 같은데 그렇게 몰랐을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깜빡깜빡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특히 이야기하는 도중 사람 이름이나 어떤 생각이 머릿속에 뱅뱅 돌면서 순간 막혀 당황하는 일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또 무엇인가 가지러 가다가 가는 사이에 왜 가지 할 때가 종종 나타나니 어데 가서 누구와 마음 놓고 이야기할 수도 없다. 이것이 늙음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눈도 침침해지고, 듣는 것도 약해지고, 이빨도 성한 것이 없고, 행동도 어눌해 지고 있으니 남들 하는 것이나 구경하면서 자연이나 벗 삼다가 자연으로 가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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