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복수초 복수초(꽃말: 영원한 행복)
2020년은 정초부터 평생 들어보지도 못했던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에 한 해를 숨죽이며 살아온 것 같다. 정초에 중국의 우한에서 발병했다며 떠들어 댈 때만 해도 곧 사라질 독감 바이러스 정도로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세계를 강타하다 보니 매일 흘러나오는 뉴스에 절로 기가 죽은 모양이다.
매일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사람의 심리란 그리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까짓 것 하면서도 매일 접하다 보니 어느 날부터인가 나의 몸과 마음이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처음에는 마스크 착용이 왜 그리 불편하게 느껴 젖는지 숨이 차고 답답했는데 어느 날부터는 착용하지 않으면 허전하고 무엇을 빠트리고 온 사람같이 느껴지니 사람의 습성이란 이런 것이로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사회와 단전하면서 1년을 살다 보니 이제는 혼자 사는 외톨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초기에는 설마설마하면서 가끔 친구 간의 모임이 있었는데 몇 달이 지나다 보니 이제는 눈치가 보여 이달만 피하자고 하면서 한 달 두 달 미루다 보니 만나지 못한 지가 몇 달이 지나갔는지 기억도 없다.
직장이나 있으면 직장에 나가 동료라도 만나면 세상 사는 맛이 있을 것 같은데 퇴직한 지도 어언 10년이 지나다 보니 소일거리가 점점 줄어들어 가는 것만 같다. 더구나 머리는 하얗고 걸음걸이는 뒤뚱거리니 마음 놓고 거리에 활보하는 것도 민망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운동이라고 한답시고 남들은 잠을 자는 일은 새벽에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 천변이나 거닐고 들어오는 것이 소일거리가 되어 버린 지도 쾌 오래된 것 같다.
긴긴 겨울 서재에 처박혀 인터넷이나 뒤적거리며 살다가 봄볕이 따사로운 입춘을 맛이 하여 바람이나 쏘여볼까 가벼운 배낭 하나 둘러매고 가느다란 스틱에 몸을 맡긴 체 인근에 있는 광덕산을 찾았다.
오늘따라 햇살이 무척이나 따사로웠다. 어쩌면 바람 한 점 없이 이리도 좋은지 절로 마음이 가벼워진다. 간간이 만나는 사람에게 인사도 가볍게 나간다.
“안녕하세요.”
“건강하세요.”
주고받는 인사가 나의 마음을 더욱더 가볍게 한다.
늙은이 호흡을 고르며 오랜만에 광덕산에 오르니 시야가 툭 터진 정상 정복의 쾌감이 온몸을 휘감는다. 집 가까이 두고도 이산에 오른 지가 3년이나 된 것 같다. 그때 마나님과 두 딸이 동행해 주었는데 오늘은 혼자 헐떡거리며 오르고 보니 그때와 또 다른 기분이 들었다.
정상에 서서 멀리 보이는 천안 시내와 아산 시내를 내려다보고 남쪽으로 옹기종기 산으로 가득 찬 곳을 바라보면서 숨 한숨 돌리고 다시 하산 코스를 잡았다. 오랜만에 올라왔으니 마음껏 즐기고 가자고 장군바위를 거쳐 장군약수터로 해서 강당골로 내려오는 코스를 잡았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모양이다. 노년의 건강을 유지해 보겠다고 매일 만 보 걷기가 습관화되면서 하루 이만 보 이상 걷기 시작한 지가 5년이 넘다 보니 아무리 걸어도 다리 아픈지는 모르겠는데 숨이 차는 것을 막을 수 없는 모양이다.
말이 입춘이라고 하지만 아직 땅이 얼어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을 하면서 장군바위를 거쳐 장군 약수터에서 와서 숨 한번 돌리며 간식으로 싸 온 초코파이와 과일을 먹으며 물 한 모금 마시고 물병에 물도 채운 다음 걸음 나는 대로 호흡을 조절하면서 조심조심 내려오는데 내 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이 있었다.
아직 꽃이 피기는 이른 계절인데 등산로에서 약간 떨어진 개울 건너편 남쪽 바위 밑에 노란 꽃이 눈에 띄었다. 언뜻 보기에 노랑 민들레 같아 이 산속에도 민들레가 피나 하면서 신기해 접근해 보니 꽃잎 모양이 납작한 노랑꽃인데 내가 알지 못하는 처음 보는 꽃이 군데군데 몇 송이가 피어 있다. 가랑잎 사이에 피어있는 꽃이 너무나 아름다워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은 다음 신기하여 바라보고 있다가 이것이 무슨 꽃인가 갑자기 궁금증이 일었다.
아직 개울가에는 얼음이 얼어 있고 그늘에는 눈이 얼음으로 변해 있는데 양지바른 개울가의 갯버들도 아닌 앙증맞은 이 꽃이 무엇인가 핸드폰의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꽃의 이름을 모르니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을 검색해 보니 몇 가지 꽃들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내가 아는 꽃이었으며 이 꽃의 이름이 복수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신기하여 집에 와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인터넷을 검색하여 알아보니 일본에서는 이 꽃에 전해오는 전설까지 있단다. 그 전설은 일본의 북해도에 ‘아이누족’이란 원주민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이 꽃을 ‘크론’이라고 부른단다.
그 이유는 아이누족 족장에게 크론이란 외동딸이 있었단다. 그런데 크론이란 아가씨에게 사랑하는 남자가 있는데도 족장은 자기의 외동딸을 용감한 땅의 용신에게 시집을 보내려고 하자 크론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른 지방으로 몰래 도망가 숨어버렸단다. 그러자 아버지는 화가나 그녀를 찾아내 꽃으로 만들어 버렸는데 이 꽃이 바로 크론이란다. 크론은 이 전설에 의해 꽃말이 크론과 연인이 행복을 찾아 떠났다 하여 ‘영원한 행복’이라고 한단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복수초는 ‘복(福과) 장수(長壽)’를 또는 ‘부유와 행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꽃으로 이른 봄 산지에서 눈과 얼음 사이를 뚫고 꽃이 핀다고 하여 ‘얼음새꽃’ 또는 ‘눈새기꽃’이라고도 부르며 중부지방에서는 ‘복풀’이라고도 불린단다. 그런가 하면 새해 들어 가장 먼저 핀다고 하여 원일초라고도 불리며 개화 시기가 음력 설 무렵과 일치하기도 한단다.
이 꽃의 또 다른 이름은 중국에서는 노란 황금잔 같이 생겼다 하여 측금잔화라고도 불리며 눈 속에서 피는 연꽃 같다 하여 설연화라고도 불리며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이 피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 구멍이 생긴다고 해서 눈송이꽃이라고 불리기도 한단다.
이처럼 전설과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복(福)과 장수(長壽)를 상징하는 복수초를 정초에 만났으니 올해의 내 운세가 건강하면서도 마음 편안 한 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낮에 찍어온 노란 예쁜 꽃을 마나님께 자랑하며 우리 가정에 대운이 들기를 기원하면서 아름다운 꽃의 신비로움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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