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에 어느 카페 옆을 돌아가는데 아리따운 아가씨가 앞치마를 입은 체 담배를 피우다 얼른 감추고 돌아선다. 나잇살이나 들어 보이는 아저씨가 나타나니 피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지만 늙은이 마음은 씁쓸하다. 그거 한 번 습관화 되면 끊기가 쉽지 않은데 20대의 예쁜 아가씨가 담배를 피운다고 생각하니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커피를 뽑는 아가씨인 모양인데 손님들이 알면 그 카폐에 가려고 할까 의심스럽다.
그럼, 이렇게 말하는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던 사람인가? 나를 한 번 되돌아본다. 내가 담배를 처음 입에 댄 것은 시골에서 실업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어느 날인가 실습시간에 실습에 임하지 않고 친구 두 사람과 농기구 창고에서 숨어 있었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한 친구가 담배를 권하여 물어보니 내 체질에는 맞지 않는지 콜록거리다 비벼 끈 적이 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해 형편상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고 1년간 재수를 한 적이 있었다. 비록 학교는 다니지 않았지만, 공부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대부분 친구가 담배를 피우는 데도 나는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다 그해 대학 시험에 떨어진 후 자포자기하는 마음에서 몸에서 받지도 않는 담배를 억지로 콜록거리며 물기 시작했다. 그럴 때 어느 영화인지 영화에서 주인공이 담배를 피우면서 허공에다 내 뽑는 담배 연기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이 너무 멋져 그 영화를 본 친구들은 서로 흉내를 내려고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
이렇게 시작된 담배는 대학에 가서도 계속되었고 군에 가서도 계속되었다. 더구나 군에 가서는 내가 맡은 보직이 일종 계로 중대원들에게 담배를 나누어 주는 보직이다 보니 화랑 담배가 떨어지지 않았다. 화랑 담배는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고 나는 당시 최고급 담배였던 은하수를 하루에 한 갑씩 피는 골초로 변한 것이다. 그러다 제대를 하고 다시 대학생이 된 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담배양을 줄였지만 끊지 못하고 계속 피웠는데 사회에 나와 학교 선생님으로 재직하면서도 계속되었다.
그러다 30대 초중반 가슴이 쓰려 병원에 가 진찰해본 결과 위계 양이라면서 술을 피하고 담배를 끊으라는 의사 권유가 있었다. 나는 독하게 마음을 먹고 술은 마시되 담배를 끊기로 했다. 10여 년을 넘게 핀 담배를 하루아침에 끊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담배를 끊기 시작한 지 3일째가 되는 날은 교실에서 수업하는데 학생들이 노랗게 보이고 기운이 하나도 없으며 맥이 풀리기도 하는 금단 현상을 느끼며 참고 참은 결과 일단 성공을 거두었다.
이렇게 성공을 거둔 것은 병원에 가서 처음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의사가 나를 돼지 취급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검사대에 올라가 있는 나에게 입에다 손가락같이 굴을 줄을 목에다 넣고 간호사는 움직이지 못하게 어깨를 짓누르면 진찰을 하는데 고통을 참는 내 모습이 묶여있는 돼지 모습을 연상한 것이다. 이런 연상을 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만 해도 1980년대 초는 위내시경이란 것을 잘 모르고 시설이 제법 좋다고 하는 병원에나 설치되어 있던 가격이 비싼 의료 장비였었다. 본래 자존심이 강한 나는 의사나 나나 똑같이 대학을 나왔는데 왜 내가 돼지 취급을 받아야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앞으로는 이런 수모를 당하지 말아야겠다는 의식이 강하게 나타나 담배를 끊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술좌석에서 다른 사람이 담배를 피워도 흔들리지 않았는데 4년이 조금 지났을 때 내가 다른 시도로 전출을 가게 된 것이다. 원래 강원도에서 중등교사 생활을 했는데 충청도로 전출을 하게 되었다. 충청도 어느 시골 중학교로 전출하여 보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술을 좋아하고 친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 학교가 끝나면 자연히 술좌석에 어울리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술이 거나하면 동료 교사들이 담배도 못 피우느냐고 놀리면 하나둘 물어본 것이 다시 담배를 피우게 했다. 처음에는 술좌석에서만 한대 두대 피웟는데 남의 담배를 피우는 것이 미안하여 다음 날 담배를 사다 주기도 해 보았지만 거의 매일 이루어지는 술좌석이다 보니 그도 쉽지가 않았다.
담배라는 놈은 참 이상한 존재인 모양이다.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는 연기 냄새가 무척이나 실었는데 4년이나 피우지 않았던 나였지만 1주일도 안 되어 무너지고 만 것이다. 마음속은 전에 끊어 본 경험이 있으니 끊고 싶으면 언제든지 끊겠지 했는데 그리 쉬지 않은 것이 담배인 모양이다. 이후 나는 술을 끊어도 담배는 끊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원래 위가 약한 사람이라 위장병이 생기면 담배를 끊어 보겠다고 여러 가지 방법을 다 해보며 끊으려 해 보았지만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다시 물곤 한 것이다.
그러다 2001년 학교 내에서는 금연구역으로 담배를 피울 수 없는 지역으로 규정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그러자 우리 학교 젊은 선생님들이 교감인 나를 보고 "다른 사람은 다 담배를 끊어도 교감 선생님은 안될걸요"라고 한다. 이유는 우리 학교가 사고뭉치들이 많이 다니는 고등학교로 사건 사고가 멈추지 않으니 그 일들을 처리하는 교감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담배를 끊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 선생님에게 "그래요. 그럼 내일부터 담배를 끊지. 대신 술좌석에서만 피우지."라고 약속해 버렸다. 나는 이를 지키고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담배를 피우지 않았다. 독하게 마음먹은 것이다. 끊었다 다시 피우기 시작한 지 16년 만에 다시 끊은 것이다. 다만 술좌석에서는 피기로 하다 보니 어느 때는 담배 생각이나 술을 마시는 경우도 나타났다. 이렇게 다시 끊기 시작한 담배를 다음 학교에 가서는 피우지 않았으며 교장을 하면서도 이를 지켜나갔다.
.그러다 차를 타고 간다든지 술좌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만나면 그 냄새가 그렇게 역겨울 수가 없다. 길을 가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만나면 숨을 멈추고 신속하게 지나가는 습관이 나타났으며 친구들과 여행을 할 때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피해서 자리를 잡는 일까지 나타났다. 그런 나는 집사람에게 그동안 참 많은 죄를 지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까지 사무실은 물론 집에도 다 재떨이가 있지 않았나. 그 독한 담배 연기를 다 마시고 살았으니 같이 살아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내가 이처럼 담배를 끊을 때 사용한 비법들은 호주머니에 볶은 검정콩을 가지고 다니며 담배 생각이 나면 콩을 한입 씹어 입을 마르게 하면서 참기도 하고 사탕을 먹으면서 달래기도 했다. 또 담배 생각이 날 때 냉수를 한 컵 마시며 넘기는 방법도 사용했다. 그런가 하면 담배 니코틴이 약한 가느다란 담배로 바꾸어 개수를 줄여나가는 방법도 사용하였으나 완전히 끊은 것은 나이 50대 초가 되어서 끊어 낸 것이다.
내가 느낀 금연의 이점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의학상의 문제는 말하지 않겠다. 금연하고 나니 제일 먼저 내 옷 호주머니가 깨끗하다는 것이다. 담배를 피울 때 콩 초를 버릴 데가 없으면 성격상 아무 데나 버리지 못하고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다 버렸으니 호주머니에는 늘 담배 부스러기가 있었는데 그것이 사라 젖다. 그리고 두 번째는 손가락에 누런 니코틴이 없어진 것이다. 세 번째 내 이빨이 깨끗해졎다 담배를 태울 때는 아무리 치아 관리를 잘한다고 하여도 이빨과 이빨 사이가 누른색으로 변해 있었는데 금연하고 어느 날부터인가 치아가 하얀 해 젖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마나님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담배 냄새나는 나를 얼마나 싫어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내가 금연한 후 담배를 피우는 사람 옆에 있어 보니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내 용돈이 마디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매일 담배 한 갑의 가격이 한 달이면 쾌 되지 않는가.
이렇게 해서 담배를 완전히 끊은 나는 새벽녘에 아파트 주차장에서 실내화를 신고 집에서 나와 담배를 피우는 젊은 사람들이나 새벽일을 나가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보면 지난날의 나의 모습이 떠올라 속으로 웃으며 머가 그리 좋다고 비싼 돈을 주고 담배를 사다 피고 다녔나 하며 늦게라도 끊은 것이 신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멋져 보였던 담배 연기가 보기만 해도 기겁을 하는 사람으로 변했으니 나이가 먹으니까 이제 철이 들은 모양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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