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長壽 五戒名(一十百千萬)

일릉 2018. 1. 13. 07:27


책상에 앉자 책장을 뒤척이다 보니 머릿속에 장수 오 계명이란 말이 스쳐 간다. 어디에서 보았나 머리를 굴려봐도 확실하게 생각나는 곳이 없다. TV에서 봤나. 아니면 인터넷인가. 혹시 핸드폰 카톡? 그렇지 않으면 공무원 연금지인지 뚜렷하지가 않다. 그런데도 그 오 계명이 확실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면서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그 오 계명은 하루의 일과 중 다섯 가지 계명을 실천해야 인간에게 주어진 수명을 다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내용은 一 善(봉사), 十 㗛(웃음), 百 書(쓰기), 千 讀(독서), 萬 步(걸음)를 실천하라는 말이다. 하루에 한 가지 이상 봉사 활동을 하고 열 번 이상 웃고 백자 이상 써 보고 천자 이상 읽고 만 보 이상 걸으라는 것이다. 이를 해석해 보면 착한 일을 많이 하고 많이 웃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많이 쓰고 읽어보란 말은 생각을 많이 하여 머리를 녹슬게 하지 말고 만 보 이상 걸으라는 것은 운동을 많이 하여 몸을 건강하게 하라는 뜻 같다.


사람이 이처럼 평생을 산다면 늙을 내야 늙지 않을 것 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몸을 움직여 주니 건강할 수뿐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지금 나는 오 계명을 실천하고 있나 반성해 보았다. 一은  직장에서나 사회에서 또는 퇴직 후 가정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다른 사람에게 가능한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사고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으니 실천하는 것 같으며 十은 아무리 생각해도 하루 열 번 이상 웃은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百은 심심하면 글을 쓰고 책상에 앉자 있으니 실천하고 있는 것 같고 千도 수시로 인터넷 뉴스를 읽으니 쉽게 치매는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萬 자는 매일 만 보 이상 걷기를 실천하여 지난해는 하루 평균 걸은 걸음 숫자가 16,000보가 넘었으니 잘 실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장수 오 계명 중 내가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十 자가 되는 것 같다. 원래 성격이 예민하여 내 비위에 상하는 일을 보면 참지 못하고 욱하는 성격이라 웃는 일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분명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잘 웃는다고 헤보(일본 말로 풋내기, 서툰, 어설픈 이란 뜻이나 잘 웃는다고 붙인 말)라는 별명이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내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내 얼굴에 웃음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내가 철이 들으면서 나타난 것 같다. 사회에 대한 욕구를 부리기 시작한 중고등학교 시절이 아닌가 생각된다. 초등학교 시절 잘 웃었던 것은 가진 것이 없는 어린 나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웃은 것 같고 이런 나를 아이들이 헤보라고 한 것은 바보라는 의미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이처럼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잃어버린 웃음은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네가 되었어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정치가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남에게 좋은 인상을 보여주기 위하여 틈만 나면 거울 앞에 서서 웃는 표정을 연습했던 기억이 남아 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변하였는지 모르겠다. 하긴 지금도 다른 사람들은 내 인상이 온화하고 좋다고 하는데 왜 집사람과 내 아이들만 싫다고 하는지. 아마 그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부모이고 가족이니까 아무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엄하고 잔소리를 많이 하는 모양이다.


언 듯 동물들을 비교해 보니 초식 동물은 한결같이 표정이 순하게 느껴지는데 육식 동물들은 사납고 험하게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사람들도 선진국이나 나이가 많을수록 표정이 근엄하고 웃음이 없는 것 같으며 후진국이나 나이가 어린 사람일수록 웃음이 많고 표정이 밝으며 순박해 보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즉 갓 태어난 어린아이들은 표정이 얼마나 밝은가. 따라서 인간도 욕망에 따라 표정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을 살 만큼 살았으니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욕망을 가 젖을 리 없고 또 재물에도 관심이 없으며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시간뿐인 사람이니 화를 내면서 살 필요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왜 화를 잘 낼까 의문을 가져보니 나에게는 아직도 자존심이 남아 있는 것 같다. 집사람이나 아이들이 나를 무시한다는 행동이나 말을 한다고 느끼면 자신도 모르게 불끈하는 성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는 그도 놔 버려야지. 무시하든 말던 모든 것을 못보고 못들은 체하고 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 시절 거울 앞에서 웃는 표정을 연출하던 때로 돌아가야 겠다.


나에게 주어진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위하여 장수 오 계명을 지키면서 살아 보자고 다짐해 본다. 하루 一善 十笑 百書 天讀 萬步를 실천하면서 살다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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