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빛 색깔이 참 맑고 깨끗하다
막 100일 된 아이의 해맑은 표정같이
어느 곳 티 하나 없는 해맑은 하늘인데
자연이 질투가 나는 듯
서쪽 끝자락에 하얀 솜털 구름 하나가 얼굴을 내민다.
참 곱게도 생겼다
바람의 힘에 겨운 듯 한들거리는 모습이
가련하면서도 당찬 붉은 코스모스 한 송이가
점고 젊었던 옛 마나님 모습같이 보인다.
실바람에 몸도 가누지 못하는
머리 흰 갈대 하나가
붉은 꽃송이에 넋을 잊고 바라보는 모습이
꼭 내 모습 같다.
엉클어진 머리칼 손질도 하지 않은
다소곳한 자줏빛 나팔꽃 한 송이가
아름다운 세상 아름답게 살다 가자고
실바람에 몸을 맡기고 나를 보며 웃고 있네,
2022. 9. 20. 용현산 기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