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인가?
평생을 행복하게 살겠다고 몸부림치고 또 "행복하게 살아라" "행복해야 한다"라고 인사를 해 왔는데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고 있던 행복이란 의미가 사전에는 어떻게 쓰여 있는지 찾아보았다.
국어사전을 보니 행복이란 '생활에서 기쁨과 만족감을 느껴 흐뭇한 상태'라고 기록하고 있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다 구체적으로 '욕구와 욕망이 충족되어 만족하거나 즐거움을 느끼는 상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하거나 또는 희망을 그리는 상태에서의 좋은 감정으로 심리적인 상태 및 경지를 의미'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다시 살펴보면 행복이란 결국 자기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얼마만큼 자기의 삶에 만족하냐에 따라 '행복하다' 아니면 '불행하다'라는 말이 된다. 평소 내가 생각하고 있던 행복이란 개념과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행복이란 말은 모든 사람이 다 같을 수가 없고 서로 다르게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재물을 많이 가져야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고 어느 사람은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 행복감을 느끼듯 사람마다 서로 다른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언 듯 15년 전에 몽골을 관광했을 때 현지 가이드 이야기가 떠오른다. 가이드 아가씨는 한국의 모 대학에서 2년간 유학을 한 사람으로 우리나라에 대하여 제법 많이 알고 있었다. 그 가이드 이야기가 "세상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가 어느 나라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몰라 대답을 하지 않고 그녀만 응시하고 있는데 가이드 말이 "방글라데시가 가장 높고 그다음이 몽골이다"라는 것이다. 그 말에 누구도 동의하지 않고 있으니까 하는 말이 행복지수는 국민 1인당 GNP에 반비례하여 낮을수록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가이드 아가씨는 자기 나라인 몽골은 못살고 한국은 잘 사는 나라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잘 산다고 행복지수가 높은 것이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비록 나라가 가난하고 국민이 못살아도 인간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자기 나라가 더 높아 사람으로서 살기가 더 좋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돈이 많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니요,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해서 꼭 행복하다고 할 수는 없다. 돈이 없어도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사람도 많으며 사회적 지위가 낮더라도 자기 일에 만족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고 보면 우리가 잘살고 못살고 하는 가치 기준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치 기준 판단에서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를 보면 분명 내가 어렸을 1950년대나 60년대에 비하여 상상도 할 수 없이 풍요롭고 발전했지만 지금 사는 사람들이 그때 살았던 사람들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 시절은 비록 굶주리며 살았지만, 가족이나 친족 및 이웃들과 정감이 있었다. 바로 인정이 넘친 사회였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우애가 있었고 색다른 음식 하나만 장만해도 이웃과 나눠 먹는 인정이 있었다. 이웃이 이사하면 서로 도와주었으며 서로 아껴주고 격려해 주던 사회였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는 몇 년을 살아도 내 앞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고 누가 이사를 하는지 관심도 없으며 어린아이들이 조금만 뛰며 놀아도 층간 소음이라고 시비를 거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러고 보면 선진국이란 사회는 남을 배려하려는 사고가 없고 모두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개인 중심 사회가 되는 모양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도 점점 부모 형제에 관한 관심이 없어지고 이웃이야 죽든 말든 나만 잘살면 된다는 사회로 변해가는 모양이다. 한평생 바르게 살고 양심을 지키며 살라고 가르쳐 온 교직자가 퇴직하고 집에 있어 보니 사회 돌아가는 것이 쓸쓸하기만 하다. 어쩌다 뉴스라고 들어보면 좋은 소식은 없고 우울한 뉴스만 흘러나온다.
행복이란 자기 자신의 마음속에서 나오는 것인데 우리 사회 행복은 서로 많이 가지려 하는 재력이나 권력을 행복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일까? 문득 네팔에 있는 히말라야 등반을 할 때 그곳에서 만난 네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깊고 깊은 산골 오지에서 비록 옷은 남루하고 외모는 보잘것없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천사 같은 표정이엇다. 얼마나 순수하고 해맑아 보였던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초식 동물은 모두 착하고 순진하며 눈빛에 독기가 없는데 육식 동물은 표정부터 무서워 보이고 눈빛에 독기를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인간도 욕망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세상 살만큼 살은 노인네가 이런 생각 저런 생각 하면서 행복이란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욕심 다 내려놓고 자연을 벗 삼아 보이면 보이는 대로 들리면 들리는 대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사는 나의 삶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소한이 지난 지 며칠 안 되는 매서운 한파와 눈이 내리는 데 두툼한 옷차림으로 스틱 하나에 의지한 채 쏟아지는 하얀 눈을 바라보면서 거름이 나는 대로 걸어 본다. 나만의 행복을 찾아서 無念의 世界로 들어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