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

히말라야 1.

일릉 2019. 4. 24. 16:44


호찌민에 사는 큰딸이 아빠 古稀 기념으로 히말라야 등반을 하자고 지난 3월에 제의가 들어와 겁 없이 덜컹 승낙하고 말았다. 평소 걷는 것은 자신이 있기에 부담 없이 대답한 것이다. 호찌민에서 네팔에 직접 가는 비행기가 없어 말레이시아의 쿠알룸프 국제공항을 거쳐 카트만두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카트만두 공항은 국제공항이라고 말하기가 곤란할 정도로 허술했다. 우리나라 지방에 있는 조그마한 공항보다도 한참 부족하게 보였다. 그리고 입국 수속을 하는데 혼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렸다. 다른 나라와 달리 이 나라는 입국하면서 비자발급을 해줘 수속을 잘 몰랐던 우리는 비자 발급을 받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공항에서 빠져나오자 공항 광장이란 곳이 허술했으며 택시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 소형 승용차인 모닝같이 작은 차들인데 가격이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즉석에서 기사와 흥정하여 타고 가는 것이다. 우리가 탄 차는 딸이 가격을 깎아 저렴한 차를 타서 그런지 백미라도 덜컹거리며 앞자리에 앉은 내 의자가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제멋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거기다 네팔의 수도라는데 도로는 곳곳이 패여 있고 신호체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었으며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20여분이나 공포 속에 달여 온 택시가 차 한 대 겨우 드나드는 골목길로 접어들어 가서 호텔이라고 내려놓는다. 우리네 시골의 여인숙도 이보다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 한구석에 아비를 여행시켜 준다고 해 놓고 거지들 소굴에 숙소를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이 생겼으나 알고 보니 이 나라 경제 수준이 그런 것을 뒤에 알았다

여행 첫날 카트만두에서 보낸 밤은 앞으로 전계될 여행이 순조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단단히 잡았다. 한번 매인 몸이라 피할 수도 없고 어떤 난관이 닦아 설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어려운 일이 부닥치더라도 헤쳐나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딸은 호텔 주인과 포토 문제와 포카라 가는 방법 등 이번 산행에 대하여 조언을 받고 안내를 받는 모양이다. 딸은 네팔을 관광하기 겸 포카라로 가는데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고 버스를 타고 가잔다. 내 마음 같아서는 빨리 이 나라를 벗어나고파 비행기로 갔으면 하는데 여행을 즐기는 40대 초반인 딸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나는 여행의 모든 일정은 딸에게 맡기고 그녀가 하자는 대로 따르기로 결정했다.

다음 날 아침 다시 포카라를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택시를 불러 타고 시가지로 나오는데 크고 번화한 도심이 보이지 않고 우리나라의 면단위에 있는 건물 구조와 도로만 보여 이 애가 호텔도 어데 변두리에 정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 가니 조금 넓은 도로에 버스들이 3~4십대가 일렬로 늘어 서 있고 도로 건너편은 간판들이 붙어 있는 3층 건물들이 줄지어 있었다. 신기하게 이곳이 버스 정류장이란다. 딸아이는 일렬로 늘어선 버스 중 포카리나로 가는 버스를 물어봐 탔다.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은 나는

,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냐.”

아빠, 왜 이상해

이곳은 도로잖아

여기가 버스 정류장이야한다.

9시경 버스는 출발하였다. 버스는 시가지 중심지를 지나가는 모양인데 도로는 군데군데 패여 있고 도로 옆으로 늘어선 건물들은 대부분 3~4층의 낮은 건물로 이어져 있는데 기우려진 건물들이 많이 보였다.

이곳이 네팔 수도가 맞아

그럼 도시 중심지는 안 거치는 거야

아빠, 여기가 중심지야나는 어이가 없었다. 한 나라 수도의 중심지가 이렇게 허술할 수 있나 하는 의문에서였다. 그리고 건물이 기우려지고 도로가 패인 것은 몇 년 전에 있었던 지진 피해라는 것을 깨달았다. 뉴스에서 네팔 지진에 대하여 대대적인 보도가 생각난 것이다. 딸아이는 2년 전에 히말라야를 등산했기 때문에 놀라지 않고 나를 안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그때 등산하고 너무 좋아 산을 좋아하는 아비에게 칠순 기념으로 안내를 한 것이다.

아스팔트로 포장은 되어 있는데 도로 양쪽이 패어나가 버스가 얼마나 흔들거리고 뛰는지 정신없는 상황에 산을 넘고 능선을 돌고 도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가 얼마나 흔들어 대는지 정신이 없었다. 3시간 조금 넘게 달리던 버스가 휴게소에 잠깐 멈춘다. 점심시간인 모양이다. 호텔에서 어제저녁과 아침은 먹었지만, 아직 이곳 음식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먹을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산행 중에 먹을 주요리라고 식사를 주문해 주는데 새고기인지 닭고기인지 잘 구별은 안 되지만 우리나라 닭 볶음밥 같은 메뉴가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 이 메뉴가 이 나라 사람들이 먹는 주 메뉴냐?”

그런데 어때, 먹을 만해.”

산에서도 이런 것 먹는 거냐?”

입에 안 맞아

먹을 만한데원래 내 식성은 까탈스럽지는 않았다. 세계 각 곳에 여행을 다녀 봤지만, 음식을 못 먹어 고생한 적은 없었다. 다만 1990년대 초 태국 방콕에서 향료 냄새로 한번 고생한 적은 있었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오기 전에 비위가 약한 나는 지저분한 것 같이 보이는 네팔 음식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그래서 딸에게 혹시 음식을 먹지 못하면 대체 음식으로 식빵과 꿀을 준비하라고 부탁을 했다. 언 듯 생각에 식빵에다 꿀을 발라 먹으면 피로 회복도 되고 허기도 면할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딸은 이것저것 준비하다 식빵 챙기는 것을 노친 모양이다.

아침에 출발한 차는 8시간 가까이 산을 넘고 또 넘어 모퉁이를 돌고 돌아 포카라에 도착했다. 해는 서쪽으로 상당히 기울어 있었다. 차가 얼마나 내 몸을 흔들었는지 정신이 거의 나가 있었다. 지리산이 산으로만 싸인 줄 알았더니 이 나라는 마을 구경이 힘든 산골짝으로만 되어 있는 나라였다. 포카라의 주차장은 제법 그럴 듯하고 시가지도 카트만두와는 다른 도시의 모습을 보여줬다. 역시 국제 관광도시 이미지를 풍겨주고 있었다. 호텔도 급이 달랐고 시가지 모습이 제법 반듯하며 계절이 트레킹 하기 좋은 계절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들 모습이 원주민 보다 외국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숙소에 짐을 풀어놓고 시가지를 한 바퀴 돌아 본 다음 한국인이 직접 운영한다는 낮술이란 식당을 찾아가 삼겹살과 된장찌개로 저녁 식사를 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40대의 젊은 여자 주인은 상술이 보통이 넘는 사람으로 삼겹살과 된장찌개 맛이 국내에서 내로라 할 정도 식당의 깔끔함과 음식 맛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다녀본 해외여행 중 한국 음식 중 가장 맛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다음 날 아침 8시가 조금 지나 다시 호텔에서 소개해준 포터 두 사람을 만나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나야폴로 이동한다. 포토는 20대 중반으로 내 눈에는 아직 어린 태를 벗지 못한 아이들같이 보였다. 네팔 택시는 모다 소형택시로 작은 차에 커다란 배낭 두 개를 실고 네 사람이 타니 뒤에 탄 사람들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는 딸의 배려로 그나마 앞자리에 않자 다행이었으나 첫날 카트만두 택시 같은 공포는 없었으나 이번 차도 거기가 거기였다. 패여 나간 도로를 제 마음대로 달리며 중앙선도 표시가 되어있지 않은 도로를 마음대로 추월해 가는데 가슴이 쿵더쿵쿵더쿵한다. 잔소리할 상황도 못 되고 작은 차 뒷좌석에 남자들과 세 사람이 같이 타고 가는 딸을 생각하니 입을 다무는 것이 그를 도와주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겁을 먹고 손잡이가 부서져라 잡고가다 에라 모르겠다. 죽어도 별수 없지 하는 마음을 가지니 꽉 잡았던 손에 힘이 빠지고 편안해 졌다.

한 시간 남짓 달여 나야폴에 도착하자 본격 트레킹이 시작되나 보다 생각하고 등산화 끈을 조여 매고 산행을 시작하려 하는데 딸과 포터가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더니 다시 지프차를 타잔다. 이유는 우리의 트레킹 목적지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라고 하니까 56일 가지고는 절대 갈 수가 없다며 푼힐 코스를 권장하는데 딸은 갔다 왔다며 안 된다고 하자 일정을 줄이기 위하여 사우리바자르까지 차로 이동하자는 것이란다. 지프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니 잘 선택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도로가 비포장에다 그늘이 없는 신작로라 먼지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많은 돈을 들여 이 먼 곳까지 왔는데 먼지를 먹고 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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