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봄소식

일릉 2018. 2. 24. 07:14



봄이 오려나 보다. 참 긴 겨울이다. 지난 9월 일기예보에서 올해 겨울은 춥지 않다고 했는데 막상 겨울이 오니 다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겨울이 점점 줄어든다고 했는데 이제는 지구의 온난화로 북극해의 빙하가 녹아 북쪽의 찬 공기를 차단하는 벽이 무너져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니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추위도 일찍 차자와 10월부터 기승을 부리던 날씨도 2월이 점점 저물어 가니 서서히 물러나는 모양이다. 하긴 올해는 동계 올림픽대회가 평창에서 열리고 있으니 하늘이 알아서 인공 얼음 얼리는데 돈 사용하지 말라고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지도 모르겠다는 위안을 해 보지만 역시 늙은이는 겨울이 긴 것을 좋아할 사람 없다. 젊다면은 가족들과 스키장에 가 폼이라도 한 번 잡아 볼 만한데 찬 바람이 옷깃에 스며들면 곧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드니 겨울이 좋을 사람 없다.


참 시간이란 놈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번쩍하면 일요일이고 또 번쩍하면 일요일이라 어쩌면 세월이 이리도 빨리 가나 생각되는데 겨울은 왜 이리 긴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 늙은이가 이상한 모양이다. 세월 가는 것이 아쉬워 왜 이리 일주일이 빨리 가냐고 투덜 대면서 겨울이 빨리 가지 않는다고 투덜대니 시간이란 놈도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할지 모를 것 같다.


해마다 오는 겨울이지만 유독 이번 겨울이 긴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은 내가 그만큼 늙었다는 것일까 알 수가 없다. 빨리 봄이 와야 내 농장에라도 쫓아다니고 울적하면 이산 저산 헤매고 다녀 볼 텐데 늙은이라 겁이 많아 눈만 조금 와도 엉금엉금 기어 다녀야 하고 찬바람만 조금 불어도 방구석에 꼭 처박혀 웅크리고 있으니 겨울이 지겨울 수뿐이 없다.


모처럼 조금 오른 기온에 세월아 네월아 팔자걸음으로 천변을 거닐다 보니 갯가에 피어오른 버들가지가 내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아직 천변에 잔설이 남아 있는데 아마도 무척이나 바빴는지 버들가지는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내 앞을 스쳐 지나가는 젊은 아낙의 뒤태가 어쩌면 그리 이쁘게 느껴지는지 늙은이 무심코 훑어보며 저 혼자 흠 짓 놀라 빙그레 웃음 지어 본다. 나도 한때 팔팔했던 젊음이 있었건만 이제는 다 시들은 꽃망울의 추한 형태가 되었으니 화려했던 지난날을 떠 올려 보며 명상에 젖어 들어 본다.


세월의 아쉬움도 늦길 줄도 모르고 끊임없이 흐르고 또 흐르는 냇물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잔잔한 물밑에 여유롭게 동무들과 떼를 지어 놀고 있는 작은 물고기가 신기하게 보인다. 이 겨울이 가고 봄이 지나면 저 어린 물고기들이 제법 굵직하게 자라 내 눈을 즐겁게 해주겠지 생각하다 언덕에 풀들도 싹을 틔우지 않았나 눈을 휘 동굴 해 본다. 아직 때가 이른가? 새싹이 보이지 않는데 지난해 힘차게 살다 생을 다한 추한 풀잎이 새로운 새싹이 피어나도록 누워있는 모습이 내 모습이 아니런가 생각해 본다. 피부에 와 닿는 공기가 차가움이 점점 가시고 있으니 내일이면 새싹이 나오려나 모레쯤이면 나오려나 생각하다 먼 곳에 사는 손주 녀석들이 생각난다. 버들가지 꽃망울에 이 생각 저 생각 싫어 보면서 늙는 것 아쉽지 않으니 추운 겨울이나 빨리 지나가거라 봄이 오면 이산 저산 움트는 신록의 아름다움에 내 넋을 실어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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