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 88

추억의 도토리 밥

어느 가수의 '보릿고개'라는 노래를 듣다 보니 문득 도토리 밥을 먹으며 한 해 겨울을 나던 시절이 떠 오른다. 아마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흉년으로 학교에 수업료를 내지 못해 제적을 당하고 집에서 일하던 해로 기억된다. 1962년 겨울이 않은가 싶다.화폐개혁이 단행되던 1962년 고등학교 1학년 때로 기억 된다. 그 해 봄 가뭄이 극심하여 학교에서도 수업을 제대로 못하고 7월까지 모내기를 하지 못한 논에 밭곡식이라도 심을 수 있도록 농촌 일 손 돕기를 다니던 기억이 하나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당시 우리 집 논농사라는 것은 전체가 천수답 600평을 경작하였다. 가뭄이 극심하여 벼가 타 죽는 것을 막아보려고 남의 집 인삼밭 둑으로 물길을 200m 정도 내었다. 그리고 또랑에 물이 새지 않도록 질흙..

횡설수설 2017.03.06

부부

우리 부부가 만난 지 벌써 43년이란 세월이 흘러갔다. 그러나 부부간의 갈등은 신혼초나 고희가 된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세월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학교도 채 끝나기 전 단칸방 하나로 시작한 결혼생활이었으니 처음부터 삐거덕 거린 것은 인정 하지만 이렇게 오래도록 생각의 차가 많을 줄은 미처 몰랐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청개구리 성격도 않인데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허긴 한 사람은 O형의 혈액형에 외형적 성격이고 또 한사람은 B형의 혈핵형에 내성적이니 물과 기름의 만남인 것 같다. 2016. 08. 16 아이들이 베풀어 준 古稀 기념 여행 중 제주도 해변 새벽 산책길에서 이런 만남도 남자가 외형적이고 여자가 내성적이면 나름대로 조화가 잘 될 것 같은데 반대로 여자는 활동적이며 밖으로 돌기를 좋아하고 남자..

횡설수설 2017.02.24

깔(꼴의 사투리)머슴

책상에 않자 손을 비비다 보니 문득 내 왼손 엄지 손가락의 흉터가 보인다. 까마득하게 잃어버린 세월에 묻혀버렸는데 갑자기 아련하게 중학교 일 학년 시절 소를 먹이던 기억이 떠 오른다. 10살 배기 초등학교 4학년인 동생과 13살 먹은 중학교 일학년인 나는 소여물을 썰은 적이 있었다. 동생은 작두를 밟고 나는 작두에 않자 집을 넣는 일을 하다 작두에 박힌 집을 치우려고 손을 넣는 순간 동생은 작두를 밟은 것이다. 순간 나는 "악"하고 고함을 치자 동생은 겁에 질려 작두를 들었는데 내 왼손 엄지 손가락에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밟다가 멈추었기 다행이지 엄지 손가락 전체가 날아갈 뻔했다. 그 흉터가 60여 년이 지난는데도 아직까지 남아서 눈에 띈 것이다. 지긋지긋한 가난으로 나는 중학교 일학년 때부터 ..

횡설수설 2017.02.18

걷는 것도 팔자인가?

오늘은 넋노코 걷다 보니 언듯 걷는 것도 내 팔자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날의 내 인생을 돌아보니 걷는 데는 쾌 일가견이 이었던 것 같다. 아마 내가 최초로 장거리를 걸은 것은 여섯 살 일 때 같다. 세 살 만은 사촌 형하고 주천면 용덕리에서 금산읍을 걸어간 것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여름 어느 날 사촌 형이 금산에 살고 있는 외갓집을 데려다준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아홉 살 배기와 여섯 살 먹은 나는 자그마치 16km가 되는 외갓집을 향하여 땀을 펄펄 흘리며 간 것이다. 허긴 가는 도중에 사촌 누나가 살아 하루 저녁 자기는 했지만 비포장의 신작로를 걷고 또 걸어 금산읍을 왔는데 마침 그날따라 장날이라 시장통에 사람들이 쾌 복잡하였다. 우리는 외갓집으로 가기 전에 시장 구경을 하다..

횡설수설 2017.02.15

'삶"의 무게

산다는 것이 이다지도 고달픈 줄 미처 깨닫지 못하고 70 평생을 살았나 보다. 많은 이들이 60이 되어야 산다는 맡을 제대로 느낀다는데 70이 된 나는 아직도 그 깨달음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60이 되면 아이들도 다 독립해 나가고 재산도 먹을 만큼 벌어 놨고 그리 나부대지 않아도 된다는데 '그래서 인간은 60부터라는데' 그도 팔자가 되어야 하는 모양이다. 어려서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꼴머슴에 나무꾼 생활을 하면서 가난에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며 살았다 가난 속의 학창시절은 제대로 공부 한 번 못해보고 눈칫밥 먹으며 책과 씨름하며 살았다. 직장도 없이 결혼한 신혼생활은 신혼의 맛보다 일자리 구하는 것이 급했으니 달꼼 한 신혼생활이 있을 리가 있겠는가? 힘들게 구한 직장에서는 아무런 배경이 없는 인생..

횡설수설 2017.02.13

치매아닌 치매끼

나이가 들어가면서 늙음의 두려움보다 더 두려움이 있다면 치매가 안 인지. 젊었을 때 간간 집안의 어른들이 취매에 걸렸다고 숙덕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별로 관심이 없이 살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가 그런 나이가 된 것이 않인가? 우리나라도 노년의 인구가 많아지고 나이 드신 어른들이 많아지다 보니 어른들의 치매가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가 여러 해 된 것 같다. 직장에 있을 때는 일에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지나고 생각해 보니 선거 때마다 노년의 복지문제를 들고 나오는 후보들의 이야기가 왼 소린가 했는데 그 소리가 바로 내 문제였다는 것을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한다. 눈이 오는 추운 겨울 날씨이다 보니 밖으로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어 창밖을 멍하니 무심코 내다보다 보니 갑자기 엊그제 내 마누라님의 이야기가 떠 오른다..

횡설수설 2017.01.22